신선한 소설 한 편을 봤다.
 
여자 아이돌 '제로캐럿'의 이야기.
다섯 멤버로 데뷔했다가, 3년 차에 두 명이 탈퇴하고, 새로운 멤버 한 명이 들어와 네 명으로 활동하던 중, 두 명의 멤버가 계약 연장을 하지 않으면서, 마침내 해체되는 걸그룹.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멤버는 떠났지만, 덕질을 멈추지 않는 팬 '파인캐럿'이 쓴 팬픽 일곱 편이 소설 사이사이 무지개 색 프레임 안에 삽입되어 있다. 마치 나뭇잎소설처럼.
 
 

그들은 손에 닿지 않는 먼 곳에 있었고, 그래서 나는 내가 보고 싶은 방식대로 그들을 봤다. 현실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내 사랑을 거부하기도 하지만, 그들은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내 사랑을 거부한 적은 없었다. 거부당하지 않는 사랑, 그 사랑이 부족하거나 과하다 말하지 않고 언제나 고맙다고 답해주는 사람. 그런 사랑이, 그런 사람이, 내 삶에 들어와 있는 게 좋았다. 그런 사랑과 사람이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도록, 져버리지 않도록, 그렇게 팬질이라는 걸 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바로 그 마음을 함께 나눈 사람들. <책의 마지막, 천희란 작가의 발문 중>

 

팬픽을 쓰고 읽는 사람들은 그러한 공감의 지대에 함께 머물며 다른 방식으로는 얻을 수 없는 동질감과 소속감을 느낀다. <책의 마지막, 천희란 작가의 발문 중>

 
 
 
딸아이의 어린 시절, '빅뱅', 'B1A4' 등 보이 그룹 덕질하던 모습을 지켜봤던 나 역시, 아이돌 그룹을 향한 팬들의 열정적인 사랑과, 각 멤버들에 대한 팬 사랑의 온도 차이, 멤버들을 주인공으로 쓴 이야기들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팬픽'이라는 용어는 처음 알았다. 
 
 
고달픈 현실에서 피난처가 필요한 사람들, 거부당하지 않는 사랑을 꿈꾸는 사람들, 끈끈한 소속감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인생을 변주한다. 
 
누군가를 뜨겁게 사랑하는 것, 그것은 놀라운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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