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빅피시를 보았다.
개인적으로 판타지 영화를 즐기지 않기에 계속 미루던 영화였다.
판다지이지만 우리 삶에 대한 이야기였고 감동적이었다. 에드워드의 장례식 장면이 연출될 때 울컥하며 코끝이 시렸다.
한 사람의 인생이 판타지와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고,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우리 삶.
은희경의 소설 [태연한 인생]은 잘 읽혔지만 이해는 어려웠다. 오랜 시간 머문 책이다.
태연한 인생 따위는 없을지도 모른다.
통속적이고 패턴을 따라 사는 인생도, 강한 욕망을 추구하며 틀을 벗어나는 인생도, 거짓 해피엔딩과 헛된 희망에 대한 고통과 고독 그리고 상실을 피할 수 없다.
어머니가 적국에 부역하는 포로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이데올로기의 딜레마 속에 살았다면, 아버지는 남의 나라에 태어난 소년이었다. 그곳에서는 태어날 때부터 존재하지 않는 것을 원하며 그것을 상실이라고 불렀다. 가장 아름다운 매혹을 보아버린 뒤 그들이 보는 모든 것은 상실이라는 이름의 풍경이었다. 아버지가 태어난 곳은 상실의 시대였던 것이다.
영화 빅피시에서 윌은 이야기를 과장하고 허풍 떠는 아버지에 질려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낸다. 아버지의 병환 소식에 다시 마주한 아버지. 우연히 그의 과거를 하나 둘 알게 되고 허풍이라 생각했던 이야기가 전부 거짓은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어머니와 자신에 대한 사랑만 변치 않을 뿐, 아버지의 인생은 계획한 대로 흘러가는 인생이 아니었다. 우연과 모험과 도전과 사랑과 인내로 판다지와 같은 삶이 연출된 것이다.
용의 주도한 계획을 세우는 동안 일어나는 뜻밖의 일들이 바로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이며, 운명이란 주어진 운명에서 도망치려 할 때 바로 그 도망침을 통해 실현된다.
타인이란 영원히 오해하게 돼 있는 존재이지만 서로의 오해를 존중하는 순간 연민 안에서 연대할 수 있었다. 고독끼리의 친근과 오해의 연대 속에 류의 삶은 흘러갔다. 류는 어둠 속에서도 노래할 수 있었다.
판타지와 같은 도무지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의 연속, 그것이 삶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어쩌면 태연한 인생을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은희경 작가의 이 책을 읽으며 밀란 쿤데라의 소설들이 많이 생각났다.
다시 그의 책을 꺼내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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