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나무

 

 

 

 

 

바다의 기별.

김훈의 에세이 모음집이다.

 

제목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바다로부터 오는 소식.

 

그러나 책을 읽은 후 그것은, 닿을 수 없는 모든 것들에 대한 처절함이다.

 

 

바다는 멀어서 보이지 않는데, 보이지 않는 바다의 기별이 그 물가에 와닿는다.

 

 

 

닿을 수 없는 '너'

연기나 바람 같은 '생명'

찾을 수 없는 '행복'

잡아 둘 수 없는 '시간'

허공에 울려 퍼지는 '해금 소리'

존재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들을 향한 필사적인 '손짓'

잃어버린 '고향'

소통이 단절된 '민주주의'

 

작은 물줄기에 희망을 가져 보기도 하지만, 바다는 끝내 닿을 수 없다.

바다의 기별은 그렇게 우리를 설레게 하다 결국 비참하게 만든다.

 

내 살아 있는 몸 앞에서 '너'는 그렇게 가깝고 또 멀었으며, 그렇게 절박하고 또 모호했으며 희미한 저쪽에서 뚜렷했다.

 

 

 

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과 모든, 건널 수 없는 것들과 모든, 다가오지 않는 것들과 모든, 참혹한 결핍들을 모조리 사랑이라고 부른다. 기어이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닿을 수 없는 것들은 슬픈 눈물로 맺히고 말할 수 없는 고통의 흔적을 새기지만, 또한 우리가 살아가도록 만든다.

 

 

 

'아이다호'

넓은 평야 사이 좁은 이차선 도로, 그 끝에 닿아있는 산과 하늘은 지평선을 이룬다.

황량한 길 가운데 서있는 리버 피닉스의 흔들리는 눈동자가 인상적이었던 영화.

 

결코 닿을 수 없는 무언가를 찾으러 이 도시 저 도시로 길을 떠나보지만, 끝에 도달할 수 없었던 마이크(리버 피닉스).

희미하게 남아있는 초록빛의 집, 하얀 옷을 입은 엄마의 기별은 그에게 좋은 어떤 것을 기대하게 만들지만 결국, 외로움과 처절함만이 남을 뿐이다.  

 

가질 수 없었던 평범한 가족,

누릴 수 없었던 안정적인 생활,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한 친구 스캇,

끝내 닿을 수 없는 엄마,

 

그럼에도 Have a nice day! 를 외치며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희망이 있지만 또 뜬 구름 잡듯 떠돌아다니는 방랑자와도 같다.

 

강을 거슬러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연어의 회귀본능처럼 마이크는 어느새 아이다호, 그 길 위에 서있다.

 

 

바다의 기별은 슬픈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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