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어린이들과 청소년뿐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기도 하다.
예쁜 편지지처럼 중간중간 들어가 있는 삽화 덕에 동화를 읽는 느낌이 더해졌다.
고아인 제루샤 애벗(주디)이 키다리 아저씨의 도움으로 대학 생활을 할 수 있게 되고, 불우했던 과거를 딛고 당당히 작가로 성공하는 이야기를 편지 형식으로 그려내고 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어려운 사람을 돕는 존재를 '키다리 아저씨'라 할 정도로 유명한 이야기다.
사춘기 시절, 소설의 주인공이 고아임에도 그녀를 부러워했던 나의 모습이 생각난다. 나에게도 키다리 아저씨가 있다면 하고 말이다.
탁월한 재능이 있지만 환경의 거미줄에 걸려 헤어 나오지 못하고, 그 능력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 없다면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재능을 알아보고 대단한 지원을 해주는 후견인을 만날 행운이 주어진다면 모두 성공하고 멋진 인생을 살 수 있을까? 그것 또한 장담할 수 없다.
주디는 어려움 가운데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재능은 태도에 의해 빛이 났고, 키다리 아저씨의 안목과 지원이 더해져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주디는 받기만 하지 않았다. 자립하려 끊임없이 노력했고, 자립의 상황이 되었을 때 보답하기 시작했다.
정작 중요한 건 엄청난 즐거움보다는 작은 것에서 즐거움을 찾아내는 자세랍니다. 전 행복해지는 진짜 비결을 알아냈어요. 바로 현재를 사는 거예요. 과거에 얽매여 평생을 후회하며 산다거나 미래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최대의 행복을 찾아내는 사실을 똑똑히 인식할 거예요. 순간순간을 즐기고, 즐기는 동안은 제가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똑똑히 인식할 거예요. 사람들은 대부분 인생을 산다기보다는 경주하고 있을 뿐이에요. 지평선 멀리에 있는 목표에 도달하려고 무던히 애를 쓰죠. 한참 헉헉대며 달려가느라 아름답고 평화로운 전원풍경엔 눈길 한 번 못 주고 말이에요.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자신이 늙고 지쳤으며 목표에 도달하고 안 하고는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거죠. 전 위대한 작가가 못 되더라도 길가에 앉아 작은 행복을 쌓아 올리기로 마음먹었어요.
시간이 흘러 어렴풋이 돌아보니 고아원 시절도 다정하게 느껴집니다. 처음 대학에 들어왔을 때는 다른 아이들이 누린 정상적인 어린 시절을 빼앗겼다는 생각에 분한 마음이 들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전혀 안 그래요. 고아원 생활이 남들과 다른 특별한 경험으로 생각되거든요. 그런 과거가 있었기에 한 걸음 물러나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가지게 된걸요. 어른이 된 지금, 전 물질적인 풍요 속에서 자란 사람들에게서 절대 찾아볼 수 없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답니다. 전 자신이 행복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여자아이들을 많이 알아요. 그 애들은 익숙해진 나머지 행복을 느끼는 감각이 무뎌져 버렸지만, 전 매 순간 제가 행복하다는 사실을 온전히 느낀답니다. 그리고 아무리 속상한 일이 생겨도 그 사실을 잊지 않을 거예요. 그 일을 재미있는 경험이라 여기고, 고통을 기꺼이 받아들일 생각입니다. '내가 어떤 하늘을 이고 있든, 나에게는 모든 운명과 맞설 용기가 있다'는 말처럼.
행복은 내 안에 있다.
어떤 경험, 어떤 상황, 어떤 사람들과 만나던 그것들에서 기쁨을 느껴야 한다. 하늘과 계절, 숲과 바람, 나무와 새, 꽃과 나비, 책과 음악, 불 밝힌 작은 카페나 벤치 하나에서도 즐거움을 찾는 것이 인생이다.
지친 일상에 따뜻한 온기와 휴식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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