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바람이 무시무시하게 불어 창문이 심하게 덜컹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잠을 설쳤다.
오늘 아들이 있는 곳, 고성 통일전망대로 가는 날이다.
숙소에서 나와 콘도 주변을 산책한 후, 유명하다는 물회를 먹기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속초 청초수 물회
웨이팅을 피해 일찌감치 도착했기에 창가자리에 편하게 앉을 수 있었다. 창 밖으로 바다 뷰가 멋지다.
식사 후 바다를 앞에 둔 벤치 테이블에 앉아 커피 한 잔을 즐겨도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많은 사람들이 들어왔지만 넓직한 공간에 거리두기가 잘 되어 불편함 없이 식사 할 수 있었다.
이 식당은 로봇이 서빙을 해 주었는데 방송이나 말로만 들었지 처음 보는 광경이라 재미있었다.
동선이 꼬이지 않게 어찌 그리 잘 다니는지. 대면접촉이 불편한 요즘은 더더욱 좋은 듯했다.
그리 배가 고프지 않아 2인분을 주문했는데 양이 넉넉하다. 여기도 비주얼 맛집이다.
반찬도 깔끔하고 적당하다. 인절미는 부드럽고 쫄깃 달콤 고소.... 맛있다!
물회를 섞으면서 어느 정도 얼음을 녹여준 후, 해물과 회 그리고 야채와 국물을 함께 떠먹으니 정신이 바짝 난다.
역시 유명한 이유가 있었다.
어느 정도 건더기를 먹었다 싶으면 국수와 밥을 차례로 말아먹으면 된다.
개인적으로 국수가 더 맛있었지만 처음 말아보는 밥도 생각보다 맛있었다.
고성 통일전망대
전망대 가기 전, 통일 안보공원에 있는 출입 신고소에서 일행 모두 열체크와 손 소독 후, 가족 대표가 출입 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신분증은 가족 중 한 명은 반드시 필요하다.
어떤 사연이 있는지 많은 사람들이 끝없이 신고소에 들어와 마치 명절 기차역 같은 복잡한 광경이 벌어졌다.
신고 후 차로 돌아와 잠시 대기한 후 전망대로 출발하게 된다.
곳곳에서 볼 수 있었던 이 현수막은 맘을 아프게 했다.
이제 막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어리디 어린 청년들에게 이 나라 지켜줄 것을 기대해야 하다니.
총의 무게보다 더 한 그들의 노고와 희생이, 그리고 이 나라의 현실이 너무 안타까울 뿐이다.
전망대 주차장에 주차 후, 오르막길을 조금 올라야 한다. 날이 더워져 숨이 차고 힘들기도 했지만 빨리 아들이 있는 곳을 보고 싶은 맘이 간절해졌다.
여기가 어디인지.... 무인도라도 온 듯했다. 출입이 금지된 비무장 지대의 남쪽 해안 모습이다.
고요한 바다는 하늘과 같은 색으로 섞이고, 새하얀 구름은 고요하게 일렁이는 파도의 색과 이어져 몽롱하고 신비로운 느낌이 났다. 환상적이지만 낯선 곳.
머지않은 곳에 금강산의 봉우리인 듯한 바위산이 보이고, 어디가 남과 북의 경계인지 모를 바다가 이어진다.
어디일까? 아들이 경계를 서는 곳은.... 계속 눈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 곳으로 들어서면 1층은 전시관, 2층은 전망 교육실과 테라스, 3층 관람실에서는 망원경으로 금강산과 해금강을 볼 수 있다.
2층 테라스에도 망원경이 있는데 이 곳이 창이 없어 더 선명히 보이는 듯했다.
폰 카메라로 가까이 당겨 찍으니 국지봉과 일만 이천 봉우리 중 가장 끝에 있는 구선봉이 선명하게 보인다.
남편은 아들 생각에 맘이 짬 한 지 연신 폰 카메라를 눌러댔다.
구선봉 앞에 작은 섬 송도가 닿을 듯하다.
멀리 해금강 앞바다에 솟아있는 돌섬들이 희미하게 보인다.
북한으로 가는 구부러진 철로길, 그 위에 금강산 관광으로 이용되기도 했던 육로길.
금강산 육로길 위로 한국군 초소. 이 곳이 아들이 있는 곳이라니.....
내려다보이는 바다 경치가 말할 수 없이 멋있다고 아들이 말 하더니..... 바로 여기였다.
통일 전망대에는 통일관, 6.25 전쟁체험 전시관 등 더 둘러볼 곳들이 있었고, 근처에는 DMZ박물관도 있었다.
모두 다 여유 있게 둘러보고 싶었지만 아쉽게 다음 장소로 향했다.
Cafe 스퀘어 루트
Gallery Cafe, Square Root
장시간 집으로 가야 하는 여정길에 출출하지 않게 빵과, 카페인을 보충하기로 했다.
딸과 나는 민트 라테(7.5), 남편은 스퀘어 아이스티(6.5)를 주문하고 잠시 쉬어갔다.
민트 라테는 시그니처 메뉴답게 에스프레소 샷을 따로 담아 원하는 만큼 추가할 수 있게 하였다.
이름 그대로 옆 건물에 갤러리 건물이 따로 있었다. 궁금했지만 들어가보지는 못했다.
이 곳 역시 바다 뷰를 가지고 있었는데 분위기 있는 카페 앞 철책이 주는 느낌이 미묘했다.
일박으로 다녀온 가족여행. 딸과 함께라 더 의미있는 여행이 되었다.
자주 함께 하고 싶지만, 이제 정말 몇 번의 기회가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니 아련하게 예전의 추억들이 떠오른다.
부지런히 도시락을 싸들고 주말마다 함께했던 나들이.
우리나라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겠다고 지도에 표시해가며 다녔던 국내여행들.
중대한 시기를 마치고 함께했던 세 번의 해외여행.
모두 사진 속에 남아있는 추억들이다.
폰 연락이 가능한 군대이지만, 업무가 많이 바쁜지 최근 연락이 없는 아들이 어제 꿈속에 나타났다.
군입대 전 아름다웠던 그 모습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마음이 아팠다.
무모할 수 있지만 젊음이 가질 수 있는 패기와 순수함을 잃지 않고 돌아오기를 바란다.
너무 많이 어른이 되어오지 않기를 말이다.
아니, 그냥 몸 건강히, 몸도 맘도 다치지 않고 무사히만 돌아오기를.....
그만만 해도 너무 좋을 거 같다.
그립다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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