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돌베개>

 

 

 


 

1. 예수전. 저자나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은 책!

 

이 책은 이제껏 내가 알고 있던 성경 속 예수님에 대한 선입견을 상당 부분 깰 수 있었던 책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예수님 당시의 시대성과 정치적인 맥락을 간과하고, 단편적인 성경을 알고 있을 뿐이었기 때문이다.

 

<인간 예수의 삶이 없다면 그리스도 예수도 기독교도 없다는 당연한 이치를 잊어선 안 된다_예수전 中>

 

인간 예수의 삶을 알고자 한다면 그 시대로 나를 데리고 가서, 함께 경험하며 이해하는 노력이 있을 때 가능한 것 같다.

 

이스라엘은 수백 년째 주변의 강대국들에 의해 주권을 잃은 상태였고, 예수가 태어나기 60년 전부터는 로마의 식민지 상태였다.

외세와 그에 결탁한 지배세력은 영화를 누리고 있었고 사실 아쉬울 게 없었던 상황. 그러나 양쪽으로 억압과 착취에 시달리던 인민들은 하루하루 살기가 버겁고, 고통스럽고 치욕스러웠으리라. (마치 우리의 일제강점기처럼 말이다.)

 

바로 그 시기, 갈릴래아에서 온 메시아. 그는 영광의 왕으로서의 메시아가 아니라 인민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함께하는 메시아이었던 것이다.

 

<평화란 온 세상이 잃어버린 조화를 회복하는 것이다. 억압과 착취와 불평등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유지되는 조용하고 온순한 상태는 평화가 아니라 오히려 가장 악랄한 형태의 폭력이다. 평화는 바로 그 억압과 착취와 불평등이 사라지고 모든 사람이 인간적인 조화를 회복하는 것이다. 그래서 때론 가장 소란스럽고 가장 사나울 수 있다. '열혈 당원' 시몬은 예수와 하느님 나라 운동에 당연히 그런 소란스러움과 사나움이 포함되어 있음을 드러낸다._예수전 中>

 

 

타락한 자본주의의 깊숙한 곳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며 살고 있는 우리는, 어쩌면 부의 잘못된 분배나 다양한 불평등이 존재하는 그 가운데서 침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소란스러움과 사나움을 두려워하여, 혹은 희망 없음에 기반하여...

지금 인간 예수가 존재한다면 이 상황을 뭐라고 하실까? 기업과도 같은 교회에 가서 한바탕 소동을 벌이시고, 자신의 배 불리기 바쁜  정치인들에게 호통을 치실까? 아무 말 못 하고 체제에 순응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으라' 라며 가르침을 주실까?

상황은 그 때나 지금이나 달라 보이지 않는다.

 

 

 

2. 하느님은 누구신가?  절대적인 신. 천치를 창조하신 분. 우리 삶과 세계를 마음대로 관장하는 존재?

 

<그러나 하나님이 그런 존재라면, 우리 눈앞에 일어나는 수많은 불의와 학살과 기아와 참상은 그가 자행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그의 묵인 아래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양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런 하느님을 인정할 수 없을 것이다._예수전 中>

 

저자는 이것이 많은 사람들이 무신론을 선택하는 이유일 거라 한다.

공감한다. 신이 진정 계시다면, 이 세상이 인간적인 조화를 회복하는 일은 식은 죽 먹기여야 한다.

정말 궁금했던 부분이고,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궁금증에 저자가 주는 답은...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어진 인간에서 시작한다.

 

<하느님은 우리 삶과 세계의 외곽에서 우리를 절대적 힘으로 관장하는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내 안에 '본디의 나'로 살아있는 하느님인 것이다. 우리 눈앞에 일어나는 수많은 불의와 학살과 기아와 참상을 자행하거나 외면하는 분이 아니라 불의와 학살과 기아와 참상 속에서 함께 고통받는 분인 것이다._예수전 中>

 

조금 이해가 되겠는가?

 

 

 

3. 오병이어의 기적 : 나눔

 

이 에피소드에서 중요한 점은 아무리 보잘것없는 것이라도 나누어 먹을 때 함께 만족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내가 먹을 만큼 먹고, 쓸 만큼 쓰고 남는 물질을 남에게 주는 건 진정한 도움이 아니다. 남을 도우려면 부자가 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예수의 진정한 나눔은 적선이나 자선이 아니라 적선과 자선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다. 그것이 진정한 하느님 나라이다.

 

<나눔은 '불쌍한 사람'과 그 불쌍한 사람을 돕는 '훌륭한 사람'으로 역할을 나누어서 벌이는 우스꽝스러운 쇼가 아니라, 누구든 제 능력과 개성에 맞추어 정직하게 일하는 것만으로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품위와 자존심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 가려는 노력이다._예수전 中>

 

 


4. 예수의 죽음과 부활

 

예수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지만, 간과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 예수는 "지배체제에 의해 사형당했다"는 사실이다.

각각의 시각을 주장하는 이들은 예수가 왜. 사. 형. 당. 했. 는. 지. 에 대한 명쾌한 해석이 있어야 할 것이다.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불의와 거짓이 난무하는 세상이라면

예수를 믿는다는 사람들은 지배세력과 불화할 수밖에 없는 무언가가 있어야 할 것이다.

 

<지배체제와 불화하지 않으면서, 아무런 오해와 곤경에 처하지 않으면서, 이쪽에서도 칭찬받고 저쪽에서도 존경받으면서, 예수를 좇고 있다 말하는 건 가소로운 일이다.._ 예수전 中>

 

예수의 부활이 믿어지는가? 신화와 같은 이야기인가? 이에 대한 저자의 의견은,

예수의 부활이 사실인가 아닌가라고 접근하기보다는, 부활이 무엇인가?로 이해하라는 것이다.

죽은 육체가 다시 살아난 것이라면 세포들의 재생일 뿐 영원한 생명과는 관계가 없는 것이기에 존경이나 신앙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예수의 부활은 내 삶 속에서 예수를 부활시키는 것이다. 순간의 선택으로 가능한!

 

<남보다 많이 가진 것을 자랑스러워하던 사람이 이 순간 그런 삶을 부끄럽게 여기고 자발적 가난을 선택한다면, 예수가 그 안에서 부활한 것이다.................................... 중략....................................... 제 삶의 틀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던 사람이,

이 순간 고통스러운 삶의 현장으로 새처럼 훌쩍 날아오른다면 예수가 그 안에서 부활한 것이다.._예수전 中>

 

 

5. 예수전!

 

제1장부터 제16장까지의 소제목을 가지고 전개된다. 중간중간 [200주년 신약성서] 마르코 복음의 말씀이 삽입되어 있다.

읽는 내내 세다!라는 느낌을 받으며 읽어 내려간 책이다.

 

하지만, 예수라는 이름의 존재를 조금 다른 시각으로...

예수가 이야기하는 하나님의 나라를 조금 다른 세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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