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설득>의 주인공 '앤 엘리엇'은 제인 오스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 중 가장 좋아하는 인물이다.

 

우리는 누군가를 설득하기도, 누군가의 설득을 받아들이기도 하며 인생을 살아간다.

그 결정이 나와 다른 사람을 어떤 방향으로 인도할지 모르는 채 설득하고 설득당한다.

 

앤은 그녀가 사랑하고 의지하는 어른  '레이디 러셀'의 설득으로 사랑하는 사람 엔트워스와 파혼한 후, 그를 잊지 못한 채 세월을 보내게 된다. 8년 후, 부자가 된 여전히 매력적인 그와 재회했지만 그는 냉정한 공손함과 의례적인 예절로 그녀를 대한다.  두 사람은 오해와 갈등으로 고통의 시간을 겪지만 누구의 설득도 아닌 자신의 의지로 사랑을 얻게 된다.

 

p 47. 지금의 앤 엘리엇은 젊은 시절에 강렬한 사랑을 하게 된 사람들에게 노력을 모욕하고 섭리를 불신하면서 지나치게 조바심을 내는 그런 조심성보다는 미래에 대한 낙관적 신뢰를 가지라고, 그 편이 훨씬 낫다고 열렬하게, 진정 열렬하게 주장했을 것이다! 젊은 시절 신중을 강요당했던 그녀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로맨스에 대해서, 그러니까 서투른 시작의 자연스러운 결론에 대해서 배우게 된 것이다. 

 

p 353. 제가 한때 설득당했던 게 잘못이었다 해도, 그건 무모한 짓을 부추기는 설득이 아니라 위험한 행동을 하지 말라는 설득이었다는 걸 기억하셔야지요. 제가 그 설득을 받아들인 건 의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의무의 문제가 개입할 여지가 없어요. 제가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과 결혼하는 건 무모한 짓이고 의무를 저버리는 일이니까요.

 

p 356. 하지만 제가 그분의 충고를 따른 것은 옳은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만일 제가 그 충고를 따르지 않았더라면 약혼을 포기했을 때보다 그걸 지속시켰을 때 마음고생을 했을 것 같아요. 양심의 가책을 느꼈을 테니까요. 지금은 인간에게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저 자신을 나무랄 이유가 없어요. 그리고 제가 알기로도 강한 의무감은 여성의 성격으로 나쁜 것이 아니니까요.

 

 

 

앤은 선하고 사려 깊은 마음, 통찰력 있는 안목, 적절한 판단력과 자신감 있는 실행력을 가진 여성이었다.

 

p 70. 어떻게 앤이 이 모든 사태를 바로잡을 수 있겠는가? 참을성 있게 귀 기울여 주고 불만을 다독거리고, 서로 상대방을 너그럽게 봐주도록 얘기하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일이 없었다. 또한 모두에게 가족이 그렇게 가까이 살 땐 너그럽게 대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고, 동생에게는 도움이 될 만한 충고들을 광범위하게 해 주었다.

 

p 219. 저는 좋은 지인이라면 생각할 줄도 알고 아는 것도 많아서 대화를 나눌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야 좋은 지인이라고 할 수 있잖아요.

 

p 257. 그녀는 시간이 지날수록 현명하고 합리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아직은 자신이 현명하지 못하다는 걸 자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p 269. 언니의 행복이 이기적인 허영심에 기인한 것이라면 앤의 행복은 너그러운 애정에 기인한 것이었으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난해지기도, 소심함으로 사랑을 잃기도, 아버지와 언니에게 무시당하기도 한다. 해군장교인 엔트워스와 행복한 결혼을 하지만, 마지막 문장은 해피엔딩이라기에는 다소 우울하다.

 

p 364. 그녀는 해군의 아내라는 직업을 기뻐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했지만, 해군의 아내라는 국가적 대세보다는 가정적 미덕을 더 소중히 여겼기 때문에 시시때때로 불안과 걱정이라는 세금을 지불해야 했다.

 

결국 인간은 매일 순조로운 삶을 이어갈 수 없고, 심적 고통에 맞서 싸우는 것이 인간 된 자의 의무이며, 그런 싸움이 자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며 하루하루 살아갈 뿐이다.

 

 

 

p 132. 다른 사람의 영향을 너무 쉽게 받는 우유부단한 성격을 가진 사람의 가장 큰 단점은 누구의 말도 지속적인 영향을 끼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일단 좋은 인상을 주었다고 해도 그것이 지속되리라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누구든지 그 사람의 결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습니다. 행복하고자 하는 사람은 단호해야 합니다.

 

p 175. 때로는 남의 설득을 받아들일 줄 아는 성격이 단호한 성격만큼이나 우리의 행복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그가 느끼지 않을 수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정답은 없다.

다만 설득을 대하는 자세는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할 것 같다.

 

 

 

영화 <제인오스틴 북클럽>을 보면 제인 오스틴의 모든 책을 읽고 싶어진다.

이 영화에서는 순조롭지 않은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모여, 제인 오스틴의 소설 6권을 읽고 토론하는 북클럽을 만든다.

이들은 소설을 읽고, 서로 만나고, 음식을 나누고, 책 속의 주인공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며 성장하고 치유받는다.

 

좋은 책과 영화를 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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