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 문학관 (경기 광명)
기형도 플레이 (연극)
입 속의 검은 잎 (기형도 시집)
기형도 전집 
기형도를 잃고 나는 쓰네 (김태연 소설)
 
 
 
기형도 시인의 삶과 문학에 한동안 빠져 있었다. 그리고, 그 여운은 강렬하다.
아버지가 중풍으로 쓰러지시고, 생계를 이어나가야 했던 어머니와 누이들, 그리고 시인.
한 누이를 먼 나라로 보낸 후, 찢긴 마음의 상처와 끝이 없던 그리움.
유리병 속에서 알약이 쏟아지듯, 언젠가 쓰러질 거란 예감을 늘 갖고 살았던 시인.
스물아홉, 그의 삶은 끝나고 말았다. 뇌졸중.
 
 
 
그의 시와 소설, 산문을 읽으면 슬픔과 허무가 밀려온다.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힘으로.
그가 말하는 희망의 노래마저 나를 외로움과 쓸쓸함으로 채운다.
늘 어떤 시인의 시집을 읽을 때면, 몇 가지의 시에 더 애정이 가곤 했지만, 기형도 시인의 모든 시들은 그러했다.
 
연극 기형도 플레이는 한예종 출신 작가들이 기형도의 시에서 영감을 받아 쓴  단편 희곡으로 꾸민 연극이다.
우리가 본 회차는 <빈 집>, <흔해빠진 독서>, <먼지투성이의 푸른 종이>, <바람의 집>, <조치원> 다섯 편의 플레이였고,
모든 극은 슬픔과 쓸쓸함이 묻어났다.  <조치원>의 박호산, 이창훈 배우의 연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대학 시절부터 시인의 친구였던 김태연 작가의 소설에서는, 시인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 좋았다.
그의 성격, 말투, 인간 관계, 사생활, 그가 갔던 식당, 찻집, 탔던 버스 번호마저도. 
시인을 더 이해할 수 있게 해 준 책이다.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기형도
 
 
그는 어디로 갔을까
너희 흘러가버린 기쁨이여
한때 내 육체를 사용했던 이별들이여
찾지 말라, 나는 곧 무너질 것들만 그리워했다.
이제 해가 지고 길 위의 기억은 흐려졌으니
공중엔 희고 둥그런 자국만 뚜렷하다
물들은 소리없이 흐르다 굳고
어디선가 굶주린 구름들은 몰려왔다
나무들은 그리고 황폐한 내부를 숨기기 위해
크고 넓은 이파리들을 가득 피워냈다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돌아갈 수조차 없이
이제는 너무 멀리 떠내려온 이 길
구름들은 길을 터주지 않으면 곧 사라진다
눈을 감아도 보인다
 
어둠 속에서 중얼거린다
나를 찾지 말라....... 무책임한 탄식들이여
길 위에서 일생을 그르치고 있는 희망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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