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11일 밀란 쿤데라가 세상을 떠났다.
괴테나 베토벤, 헤밍웨이, 셰익스피어와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을 책이나 예술 작품에서 만났을 때 묘한 동경심 같은 것이 있었다. '내'가 '밀란 쿤데라'와 같은 시대를 살았다는 것이 이상하리만큼 비현실적이다.
1929년 체코 프라하에서 태어난 그는, 1948년 체코 공산당에 입당했으나 1950년 당에 반하는 활동으로 추방당하고, 1956년 다시 입당 승인되었으나 1970년 다시 추방당한다. 스탈린의 정치에 회의를 느낀 그는 반 공산주의자로 활동을 하게 되며 1968년 프라하의 봄에 참여한다. 이후, 저서가 압수되고 탄압을 받으며 1975년 프랑스로 망명한다.
그의 작품들에는 시대와 체제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가 우스꽝스럽게 혹은 진지하게 그려진다.
<우스운 사랑>은 "내 삶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투영하기에 어느 것보다 애착이 가는 작품"이라고 애정을 보인 초기 연작집이다.
사랑 하나.아무도 웃지 않으리
가벼운 농담으로 시작된 한 개인의 파멸이 전체주의의 무거움 속에서 약간은 우스꽝스럽게 그려지고 있다.
나의 거짓말은- 당신이 그렇게 부르고 싶다면 - 바로 내 본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야. 그러한 거짓말을 내가 하는 척하는 게 아냐. 그러한 거짓말 속에서 나는 실제로는 진실을 말하고 있는 거지. 그렇지만 이 세상에는 내가 통찰하고, 그 의미를 이해하는 일들이 있지. 내가 사랑하고 진지하게 여기는 일들이 있단 말이야.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나는 농담으로 대하지 않아. 그런 것들을 두고 내가 거짓말을 하면, 내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거든.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그건 당신도 내게 요구할 수 없어. 그런 일은 절대 하지 않을 테니까.
사랑 둘. 영원한 그리움의 황금 사과
글자 그대로 우리가 무언가를 믿게 되면, 우리는 그 믿음 때문에 끝내는 불합리성에 도달하게 되지. 어떤 특정한 정책의 진정한 신봉자라면 그 정책의 궤변이 아니라, 그 궤변 뒤에 숨어 있는 실제적인 목표에 주목하지. 정치적인 구호와 궤변은 결국은 우리더러 믿으라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야. 오히려 그것들은 공동의 협의된 구실로 이용되는 거야. 그것들을 말 그대로 믿는 바보들은 조만간 그것들의 모순을 발견하고, 봉기를 꾀하기 시작하다가 마침내는 굴욕적으로 이단자나 배신자로 종말을 고하게 되는 거야. 아니, 지나친 믿음은 결코 좋은 결실을 가져다주지 않아. 이것은 정치적 또는 종교적 체제에 해당하는 말일뿐만 아니라, 우리가 아가씨를 정복하려고 할 때의 예의 그 체제에서도 해당되는 내용이야.
결코 손에 잡히지 않는 그린 라이트,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동경, 영원한 그리움의 황금사과!
사랑 셋. 히치하이킹 놀이
육체와 영혼을 결코 분리시켜 생각하지 않는 그녀, 사랑하는 사람과 거짓하나 없기를 바라는 진지한 그녀.
그녀는 우울한 질투심으로 히치하이킹 놀이를 시작한다.
무책임한 놀이 속에서 뻔뻔하고, 자유분방하며 가벼워질 수 있었다. 놀이가 극단적이 될수록 그들은 서로의 경계를 넘게 된다. 장난으로 시작한 놀이가 원래의 삶을 공격한다.
그는 그녀의 개성을 특징 지워 주었던 윤곽은 단지 허상에 불과하며, 그러한 허상을 바라보다 희생된 상대가 바로 그 자신임을 깨달았다. 실제로 그가 사랑했던 그 아가씨는 그의 동경과 유추와, 신뢰의 산물에 불과했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제서야 비로소 그의 여자친구의 진정한 모습이 그 앞에 서 있는 것 같았다 : 절망적으로 다른 모습으로, 절망적으로 낯설게, 절망적으로 모호한 모습으로. 그는 그녀를 증오했다.
모든 놀이가 끝난 후 "나는 나야, 나는 나야.............. " 하고 흐느끼는 그녀를 향해 청년은 생각한다.
다만 미지의 크기가 또 함께 들어 있을 그녀의 맹세의 슬픈 무의미만을_____________.
마약에 취하듯 놀이에 취해 정 반대의 모습을 연기했던 그녀를 오해하며 그들은 멀어진다.
오해일까? 진실일까? 우리의 내면에는 수많은 다른 '나'가 존재한다.
카멜레온 같은 나, 감정을 내면에 묻은 채 표현하지 않는 나, 모든 다른 나임에도 '나는 나'라고 흐느끼는 우리는 외롭고 쓸쓸한 사람들이다.
사랑 넷. 사랑의 심포지엄
블투명하고, 우스꽝스럽고, 즉흥적이고 무심한 사람들, 사랑들.......
사랑 다섯. 늙은 주검은 젊은 주검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
남자의 가슴속 기념비와 여자의 외부에 서 있는 기념비.
영원하지 못할 그 순간. 그때는 그때일 뿐. 우리는 현실을 살아가야 한다.
늙은 주검은 젊은 주검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
사랑 여섯. 20년 후의 하벨 박사
그토록 에로틱한 명성을 얻었던 하벨은 세월의 흐름과 함께 더 이상 매력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그는 순종적이 되었고 외롭고 서글픈 감정을 느낀다.
그의 아내인 유명한 여배우는 하벨이 그녀를 버리고 떠날까 봐 시기심에 늘 불안하다.
반면 하벨은 그녀의 유명세 덕에 매력 없어진 자신의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었다.
파트너의 외모, 지위, 인격 등에 영향을 받는 나.
사랑의 현재성
사랑이라는 착각
육체적인 쾌락
말의 수집
우스운 사랑
사랑 일곱. 에두아르트와 신
신을 믿지 않는 에두아르트가 신을 믿는 알리스를 얻기 위해 거짓말을 한 후 겪는 곤란함과 깨달음에 관한 이야기.
형이 그 미친 사람한테 순수한 진실만을, 형이 그 사람을 보고 느낀 것만을 이야기한다면, 형은 결국 미친 사람과 진지한 대화를 하는 꼴이 되고 말고, 결국에는 형도 미칠 거예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도 다 마찬가지예요. 내가 그녀의 면전에 대고 옹고집쟁이처럼 진실을 말했다면, 그건 내가 그녀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꼴이 되고 마는 거예요. 그러나 그처럼 진지하지 않은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스스로 진지하지 않게 되는 걸 뜻하지요. 형, 나는 이 모든 미치광이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또 그들 중의 하나가 되지 않으려면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어요.
알리스와 나눈 사랑의 이야기는 어떤 진지함이나 의미도 없이 우연과 착각으로 짜여진 무가치한 것이었다는 사실이 그에게 분명해졌다.
이 세상의 누구도 진지하게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사람의 인생은 슬플 뿐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에두아르트는 신을 동경한다. 왜냐하면 신만이 모든 정신분산적인 의무에서 벗어나 있는 존재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은 단순하게 존재할 수 있고, 그리고 신만이 (단독자, 유일자, 비존재자로서) 이 비본질적인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그만큼 존재적인) 세계에 대응할 본질적인 반대세력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사진 속 책은 절판되고, 지금은 <우스운 사랑들>이란 제목으로 바뀌었다.
밀란 쿤데라의 입문서라 할 정도로 다른 작품들의 모티브가 되어 보이는 내용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영혼과 육체, 가벼움과 무거움, 농담과 진지함, 인간의 실존에 대한 고뇌의 일관성을 우스꽝스러운 사랑의 에피소드 안에서 우습지만 또 마냥 가볍지 않은 톤으로 그리고 있다.
농담(1967)
사랑(1968)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1984)
불멸 (1990)
정체성(1998)
무의미의 축제(2014)
내가 접한 밀란 쿤데라의 책들이다.
출판된 시기 순으로 다시 읽어보려 한다. 그의 다른 책들도 사이사이에 넣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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