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도 제작되었던 그 유명한 책 『The Giver』기억전달자를 다시 읽어보았다. 청소년 문학들은 대체로 글자가 커서 읽을 때 참 편하다. 사실 청소년 문학으로 구분되어 있는 수많은 좋은 책들은, 성인들에게도 흥미로움 뿐 아니라 깨달음과 지혜를 주는 경우가 많다. 그런 책을 골라 읽는 것은 오히려 책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하나의 좋은 방법이다. 굳이 매번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을 읽으며 힘들어할 필요만은 없을 것 같다.

 

 

로이스 로리(Lois Lowry) 는 이 책으로 아동, 청소년 문학상인 뉴베리 상 등 다수의 상을 받았고, 이 책은 슈페 베스트셀러와 청소년 필독서 선정 등 많은 영예를 얻은 책이다. 영어에 관심 있는 학생들의 원서 읽기로도 좋은 책이지 싶다.

 

현재를 살아가는 것의 고통과 슬픔은 어디서 비롯되는가? 더 많이 가지려고 하고 조금 더 편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심은 크고 작은 전쟁을 일으키고, 그에 따른 가난과 굶주림, 질병 등의 불평등을 만들어낸다. 가진자나 못 가진 자나 모두 고통스럽고 슬픈 삶을 살게 만든다. 이건 팩트인 듯 하다.

 

이 책에 나온 미래세계는 이런 불평등을 걷어내고 좀 더 평화롭게 살기 위한 방법으로 '늘 같음 상태'(Sameness)를 선택한다. 과거의 기억과, 다름을 불러일으킬 모든 요소를 통제한다. 사람들은 감시당하며, 색도 존재하지 않고, 부모도, 배우자도, 자식도, 직업도 선택이 아닌 적절한 기준으로 주어진다. 먹고사는 문제에 이상이 없도록 한 해에 태어나는 아기들의 수를 제한하며, 노인들의 수도 제한한다. 즉, 성욕을 없애는 약을 의무적으로 먹고, 쌍둥이가 태어나면 몸무게가 덜 나가는 아이는 '임무 해제' 당한다. 노인들도 적당한 시기가 되면 '임무 해제'를 당하여 다른 세상으로 가게 된다.'임무 해제'(be released) 란 바로 죽음을 포장한 말인 것이다. 때문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다 똑같은 대우를 받고 그 누구도 굶주리거나 차별받지 않는다.

 

<여기 생활은 늘 질서 정연하고 예측이 가능해. 그래서 별로 힘이 들지 않지. 이 삶은 바로 원로들이 선택한 결과야.>

 

굶주림 없이 모두 배부르고, 직업의 귀천이 없어 다 존중받고, 부자도 가난도 없으니 무시와 시기가 없고,  전쟁이나 싸움이 없고, 몸이 불편한 아이를 키우는 아픔도, 노인을 돌보는 수고로움도 없는 세상...

오늘 길을 걸어가다 한 기관의 노동조합이 투쟁하는 장면을 보았다. 광화문 광장의 소란스러운 주말 모습들이 겹쳐지며 심란한 마음이 든다. 이 책과 같은 미래라면 이런 소란은 없는 세상이겠지...

 

같음을 유지하기 위해 과거의 역사는 모조리 기억전달자(The Giver)만이 보유하고 있다. 이 책에 그의 존재가 나오기 전까지는, 조너스라는 소년을 중심으로 낯설지만 평화로워 보이기도 하는 미래 세계의 일상들이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그러나 조너스가 12살 기념식에서 기억 보유자(The Receiver)의 직위를 받은 후, 기억전달자로부터 과거의 기억들을 전달받게 되고, 현재의 삶을 거부하기 시작한다. 조너스는 전쟁. 고통. 슬픔. 굶주림의 견디기 힘든 기억들과, 즐거움. 아름다움. 행복. 사랑의 눈부신 감정들을 경험하고 전달받게 된다. 그는 매우 고통스러워하지만, 정말로 평화로운 사회를 추구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기억을 되찾아 주기 위한 위험한 모험을 하게 된다.

 

가족과의 행복, 사랑하는 연인과 이웃, 즐거움과 행복 그리고 자유가 있지만, 그 이면에 고통과 부조리함, 불평등과 미움, 전쟁이 존재하는 세상!

아니면, 평등하고 예측 가능한 미래를 살며, 전쟁과 고통이 없지만, 그 이면에 감시와 통제, 수동적인 삶과 사랑과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기계 같은 삶!

어느 것을 선택하겠는가? 주인공 조나단은 왜 사람에게 기억을 되돌릴 위험한 결정을 한 걸까?

 

이 책에 나오는 미래 세계의 모습엔 사실 모순이 존재한다. 같음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임무 해제 당하는 약한 아기,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행해지는 노인 안락사, 심지어 장애를 가진 아기나  세 번 이상 중대한 잘못을 한 사람이 받는 임무해제 등 말이다. 같음을 유지하기 위해 또 누군가는 희생을 당하고 있다. 우리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하지만, 애초에 그러한 같음은.. 평등은..  없는 걸 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결말은 열린 결말로 맺어진다.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여운을 남긴다. 영화가 이 작품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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