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의 시작은 겨울 같은 추위와 함께 찾아와 금세 끝나버리는 것 같았지만, 다행히 지금은 아름다운 가을을 오래도록 만끽하고 있다.
단풍축제로 들썩였던 강천섬의 11월 둘째 날, 수많은 은행나무들은 아직 초록을 머금은 채 축제 분위기와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그날따라 강가에는 센 바람이 불어,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기도 전에 모두 떨어져 버릴까 걱정했던 기억이 난다.
노랗게 물들지 않은 은행나무들로 가득한 강천섬은 그럼에도 아름다웠고, 축제 분위기에 들뜬 우리는 주전부리를 사 먹으며 한껏 즐거웠다. 돌아오는 길, 아쉬운 마음에 들른 카페 ‘도화지’는 특히 인상 깊었다.
경기 이천, 도화지
복숭아밭에 자리한 카페는, 통창 너머로 복숭아나무가 만들어낸 꽃 대궐을 감상할 수 있는 멋진 곳이었다.
찾아가는 길은 논밭 사이로 난 외길이라, 마주 오는 차라도 있으면 빠져나갈 방법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무척 긴장했지만, 다행히 길게만 느껴지던 그 길에서 다른 차를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복숭아 소르베와 샌드위치가 궁금해진 나는 결국 지나치지 못하고, 둘 다 주문해 맛보았다.

소르베는 과일 퓌레나 과일 주스, 설탕, 물을 얼려 만든 달콤하고 가벼운 아이스크림류 디저트다. 우유나 크림이 들어가지 않아 아이스크림보다 훨씬 더 산뜻하고 깔끔한 맛을 냈다. 티스푼이 작은 삽 모양이라 더욱 귀엽고 재미있었다.

다양한 케이크와 디저트가 있었고, 몇 가지 브런치 메뉴도 준비되어 있었다. 우리가 주문한 샌드위치는 ‘햄치즈에그마요’였는데, 부드러운 빵 사이로 두툼한 햄과 치즈, 그리고 새콤한 마요 소스로 버무린 달걀 샐러드가 어우러져 소르베처럼 상큼한 느낌을 주는 샌드위치였다.
꽃 가운데서도 유난히 곱다는 복사꽃이 필 때, 혹은 눈이 복숭아나무 위에 가볍게 내려앉을 때 다시 찾아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을 만큼, 마음을 설레게 하는 카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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