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주에 대하여]의 김화진 작가.
영화 [봄밤] GV에서 모더레이터로 참여해,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을 만들어 주었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MBTI에서 I와 E로 구분되듯, 타고난 성향에 따라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런 이들조차도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는 당연히 존재한다. 한두 명의 마음을 깊이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한 인생이라 하지 않던가.
소설 속 세 명의 인물은 저마다 다르다.
한아름은 ‘망설이는 사람’, 최민아는 ‘꿈이 싫은 사람’, 이해든은 ‘에버랜드에 가지 않는 사람’.
그들은 서로 다른 개성을 지녔지만, 그 안에서 동경과 호감을 품기도 하고, 때로는 답답함과 이해할 수 없는 지점을 발견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 각자의 사연과 이야기를 품고 있다. 한 개인의 낱낱을 다 알 수 없는 타인을 우리는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그 사람이 내뱉는 말과 표정, 그리고 행동이 어떤 의도를 담고 있는지 헤아리기 어렵듯, 나로부터 나가 상대에게 전달되는 모든 것 또한 온전히 도달하기란 쉽지 않다.
p. 121 가까워질수록 느끼는 아니꼬움과 서운함. 아름에게 그런 걸 느낀다니 신기하고도 놀라웠다. 그럴 때면 아름과 조금 거리를 두려고 개인 작업에 집중했다. 그러고 있자면 말을 걸어오는 아름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조금 조심스러운 것이 느껴지기도 했다. 둘 사이에 얇은 얼음 막 같은 게 있는 것 같았다. 마음의 온도에 따라, 그날의 기분과 컨디션에 따라 얼음 막은 녹아내리기도 하고 얼어붙기도 했다.
p. 152 아마도 우리 모두 순식간에 서로에게 상처를 준 것 같았는데, 무심코 깊이 베인 뒤 정확히 어디를 베인 건지 몰라 당황한 사람들 같았다.
그럼에도 오랜 세월 좋은 관계를 이어가는 사람들, 백년해로 하는 부부는 참으로 놀랍다. 그 속에는 대단한 인내와 함께 위태롭지만 깨지지 않는 어떤 믿음이 자리하고 있지 않을까.
소설 속, 아름, 민아, 해든의 우정 역시 언제나 안정적인 정삼각형 모양으로 유지된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기울고 불안정해지기도 했지만, 꼭짓점을 잇는 선들이 완전히 끊어지지는 않았다.
p. 172 무엇보다 그들은 셋이어서 좋았다. (.....) 가끔 둘이고 자주 둘이고 영원히 혼자이지만 우리는 셋이라는 것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관계가 된 게 좋았다.
어쩌면 내 시선이 지나치게 염세적이어서 일지도 모르겠지만, 세 친구의 우정 이야기, 그들의 일기 같은 고백은 너무 맑고 선해서, 오히려 낯설게 다가왔다.
어린 시절 함께 했던 가족은 나의 성인이 된 이후를 모른다. 성인이 된 이후에 만난 관계들은 나의 어린 시절을 알 수 없다. 간헐적으로 보고 지내는 사람들을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나는 그들의 어린 시절을 모르고, 현재 상황을 모르고, 어떤 일들을 겪어왔고 겪고 있는지 모르고, 그들의 인상과, 잠깐의 대화, 들려오는 말들, 나의 판단으로 그들을 안다고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p. 168 엄마는 언제 이렇게 달라진 걸까. 내가 알던 엄마는 언제까지의 엄마인 걸까. 그리고 나는 평생에 걸쳐, 나와 가까운 사람들을 몇 명이나 오해하며 살아갈까. 민아가 머쓱한 표정으로 전화를 끊고 돌아보자 아름은 그럴 줄 다 알았다는 듯 빙긋 웃고 있었다. 거봐, 하는 것 같은 얼굴로.
책 표지 뒤편에 정이현 소설가의 추천사에 공감했다.
닿을 수 없는 진실과 오해 속에서 고통받고 무너지는 사람들을 건져내고 싶은, 작가의 예쁜 마음이 드러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화진 작가는 진심의 순간에 닿는 건 어렵다는 사실을 알기에 더욱 포기하지 않는다. 닿고자 하는 열망, 닿았던 것만 같은 찰나에 깃든 복잡한 감정을 세심하게 포착하고 섬세하게 재현하려 애쓴다. 꾹꾹 눌러 적는다. 그것이 김화진이 문학을 동경하고 삶을 경외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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