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서 만났던 작가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다.
다방면의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드러내기보다 자연스럽게 풀어내던 태도, 누구와도 편안하게 대화를 이어가던 말솜씨가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책 속에서 만난 그는 조금 달랐다.
마치 마주 앉아 조용히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처럼, 더 소박하고 깊은 내면을 보여준다.
 
 
 
p.129에서 그는 어린 시절의 꿈을 이야기한다.
어떤 직업이 아니라, 두 가지 상태에 이르고 싶었다고.
무엇이든 잘 해내는 사람, 그리고 교양 있는 사람.
‘유능한 교양인’이 되고 싶었다는 그 문장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그리고 p.181에 이르러, 그의 삶을 버텨낸 방식이 드러난다.
자기 파괴적 충동은 불운이었지만,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도덕적 운이었다는 고백.
그대로 두었다면 삶은 악몽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어둠을 문장으로 옮기기 시작하면서, 그의 내면은 비로소 질서를 얻고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꺼내는 일은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하다.
작가는 자신이 선택해 살아온 단 한 번의 삶을 담담하게 건넨다.
 
‘유능한 교양인’이 되고자 애써온 시간들,
그리고 끝내 글쓰기로 자신을 붙들어온 그의 삶은
어쩌면 그렇게 해서 비로소 완전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책을 덮고 나니,
나 역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는지,
그리고 지금은 무엇으로 나를 붙들고 있는지 조용히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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