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큐브 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베르메르의 비밀:고요 속의 빛> 레플리카전을 관람하고 왔다.

레플리카(replica) 전은 실제 작품이 아닌 정교하게 원작을 재현한 복제품을 보여주는 전시이다. 

 

미술관 입구에 걸린 커다란 현수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데 나이 지긋한 부부가 진짜 작품이 아니라고 실망하며 말을 건넸다. 아마 레플리카전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방문하셨던 모양이다.

 

진품과 복제품을 감상하는 느낌은 분명 다르다.
진품은 작가의 손길과 시간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감동을 준다.

하지만 레플리카전 역시 나름의 장점이 있다.

 

 

 

 

이번 전시에는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35점 남짓한 작품이 거의 모두 복제되어 전시되어 있었다.
관람객들은 그림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볼 수도 있었고 사진도 마음껏 찍을 수 있었으며, 붐비는 사람들 틈에서 조심스럽게 작품을 바라보지 않아도 되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재미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었고, 당시의 역사와 베르메르가 살던 동네의 모습 등을 소개하는 설명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지적인 호기심을 채워 주었다.

 

어쩌면 레플리카전은 진품이 주는 압도적인 감동 대신, 화가의 세계를 조금 더 가까이에서 천천히 들여다볼 수 있는 또 다른 방식의 감상인지도 모르겠다.

 

 

 

우유를 따르는 여인 / 델프트의 전경

 

그리 크지 않은 그의 그림을 마주한 첫 소감은 ‘반짝인다’였다.

19세기 인상파보다 훨씬 이전인 17세기에 이미 빛을 이렇게 섬세하게 다루는 화가가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리고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표정이 살아 있다. 인물의 표정과 배경만으로도 한 편의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특히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보면 더욱 그렇다.
소녀의 눈빛과 표정, 의상, 그리고 작은 진주 귀걸이 하나만으로도 수많은 이야기가 떠오른다.

실제로 이 그림은 트리이시 슈발리에의 소설, <진주 귀고리 소녀>와 피터 웨버 감독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지지 않았던가.

 

한 장의 그림 속에서 감상자의 몫으로 수천 가지의 이야기가 탄생할 수 있다.

비록 레플리카였지만 그림 속에 담긴 빛과 고요는 충분히 진짜처럼 느껴졌다.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작품은 수가 많지 않은 데다 여러 나라의 미술관에 흩어져 있어 한 곳에서 모두 보기는 어렵다.

그의 그림들을 보기 위해 네덜란드와 여러 유럽 국가들, 그리고 미국까지 찾아가는 일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이번 레플리카전은 거의 전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더욱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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