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석
나 취했노라
나 취했노라
나 오래된 스코틀랜드 술에 취했노라
나 슬픔에 취했노라
나 행복해진다는 생각, 불행해진다는 생각에 취했노라
나 이 밤 공허하고 허무한 인생에 취했노라
또 한 해가 저문다.
행복해진다는 생각과 불행해진다는 생각 사이를 오가며 보낸 하루하루의 끝에서,
결국 인생은 공허하고 허무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시어머님이 영면하셨다.
오랜 병석에 누워 계셨고, 구십사 세의 고령이셨기에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이별이 이렇게까지 갑작스럽게 느껴진다는 아이러니는 쉽게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죽음은 늘 그렇듯, 감당하기 힘들고 좀처럼 믿기지 않는 어떤 일이다.

📚2025년 읽은 책 목록
Jan.
1. 무엇이든 가능하다_엘리자베스 스트라우스
2. 고흐_주디 선드(남경태 옮김)
3. 서영동 이야기_조남주
4. 바람이 분다, 가라_한강
Feb.
5. 카뮈를 추억하며_장 그르니에
6. 여수의 사랑_한강
Mar.
7. 삶의 한가운데_루이제 린저
8. 그 남자네 집_박완서
9. 아침 그리고 저녁_욘 포세
10. 샤이닝_욘 포세
11. 자기 앞의 생_에밀 아자르
12. 보트하우스_욘 포세
13. 딸에 대하여_김혜진
Apr.
14. 멜랑콜리아 1,2_욘 포세
15.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_밀란쿤데라
16. 3부작_욘포세
May
17. 빛과 실_한강
18. 사람이 사는 미술관_박민경
19. 모순_양귀자
20. 내 여자의 열매_한강
21. 콘트라바스_쥐스킨트
Jun.
22. 82년생 김지영_조남주
23. 9번의 일_김혜진
24. 애쓰지 않아도_최은영
25.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_알랭드보통
26. 쇼코의 미소_최은영
Jul.
27. 생각의 좌표_홍세화
28. 경청_김혜진
29. 노랑무늬 영원_한강
30. 봄밤_권여선
31.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_신형철
Aug.
32. 아직 멀었다는 말_권여선
33. 바깥은 여름_김애란
34. 각각의 계절_권여선
35.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북유럽 편)_손봉기
Sep.
36. 그녀의 차가운 손_힌강
37. 동경_김화진
38. 어젯밤_제임스 셜터
39. 이처럼 사소한 것들_클레어 키건
Oct.
40. 노르웨이의 숲_무라카미 하루키
41. 페테르부르크 이야기_니콜라이 고골
42. 어떻게 지내요_시그리즈 누네즈
43.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_최은영
44. 구관조 씻기기_황인찬
Nov.
45. 세상 끝의 정원_가브리엘 루아
46. 내 정원의 붉은 열매_권여선
47. 국수_김숨
48.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시집_진은영
Dec.
49. 검은 사슴_한강
50. 오직 그녀의 것_김혜진
51. 호밀밭의 파수꾼_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52. 크리스마스 캐럴_찰스 티킨스
올해는 쉰두 권의 책을 읽었고, 백일흔두 편쯤의 영화를 보았다.
책과 영화를 통해 삶의 위로를 받는다. 산책과 여행을 하고,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은 사소한 말 한마디, 사소한 생각에도 자주 눈물이 난다.
나는 어쩌면 자기 연민에 빠져 있는 걸까.
김혜진 작가의 소설 <경청>의 주인공 해수는 끝없는 자기 연민 속에 머문다.
주변에서 슬프고 고통스러운 흔적들을 발견하며, 그 안에서 스스로를 위로할 방법을 찾아 헤맨다.
나는 해수의 연민이 낯설지 않다. 그 연민이 어쩌면 그녀를 살아가게 하는 힘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나친 연민의 끝이 얼마나 초라할지,
그것이 극단으로 치달을 때 얼마나 쉽게 스스로를 파괴하게 되는지 우리는 짐작할 수 있다.
p 245. 모든 것이 분명해진다. 여자는 그녀의 말을 들으려고 나온 것이 아니다. 그녀가 하는 모든 말은 모두 자기변명에 불과하다. 그녀가 어떤 말을 하든 그것은 침묵보다 하찮을 것이다. 그 순간, 그녀는 마음속 깊이 가라앉은 말들을 꺼내고 싶은 충동을 누른다. 하지 못했고, 할 수도 없는 그 말들이 철저히 자신의 몫으로 남았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그것들은 그녀가 감당해야 하는 몫이다. 결코 누군가와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박정기가 그랬던 것처럼. 말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입을 다물어야 한다. 그녀는 언어로만 이해하던 그 말의 의미를 비로소 아프게 깨닫는다. (김혜진_경청)
p 282.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흔들림이 없다. 그건 그녀가 자신으로부터 한 걸음, 또 한 걸음 최선을 다해 물러서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 연민과 자기 비하, 더는 그런 것들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애쓰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것이 정말 가능할까. 남의 일을 말하듯 스스로에게 대해 냉정을 유지하는 게 가능할까. 그런 게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까. (김혜진_경청)
그래서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연민과 변명이 아니라, 침묵과 용기일지도 모른다.
2026년에는 말을 아끼고, 웃을 수 있을 때는 숨기지 않고 웃으며, 걱정보다는 선택에 시간을 쓰고 싶다.
일을 피하지 않고 의미를 발견하려 애쓰는 사람, 그래서 누군가에게 조용히 믿음이 되는 사람.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조금 더 괜찮은 어른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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