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술관에 가는 것이 좋다. 작품들을 보면 볼수록 나만의 감상 루틴이나 방법이 생기는 것 같다.
요즘은, 그림 속 인물들의 표정을 오래 응시하며 그 감정들을 생각해 보곤 한다.
사람이 사는 미술관
[사람이 사는 미술관]은 그림을 감상하는 또 다른 방법을 알려준다.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우리는 그 시대의 사회적‧정치적 배경을 짐작해볼 수 있다. 이 책은 다양한 작품을 통해 여성, 노동, 차별과 혐오, 국가, 존엄이라는 다섯 가지 주제로 인권을 이야기하며, 나아가 ‘인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위 그림은 외젠 들라크루아 <키오스 섬의 학살>이라는 작품이다. 오스만튀르크 군대가,식민지였던 그리스의 독립 전쟁을 진압하며 키오스 섬의 민중들을 잔혹하게 학살한 비극적인 역사를 담고 있다.
역사적 배경을 알고 그림을 보니, 자유와 독립을 외치던 무고한 시민들에게 가해진 폭력이 더욱 참혹하게 다가온다. 그때의 상황을 상상해 보니, 인간이 인간에게 가한 폭력이 얼마나 끔찍할 수 있는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종교, 정치, 민족이라는 이름 아래 서로 미워하고, 찢고, 죽이는 그 폭력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p. 187
들라크루아의 <키오스 섬의 학살>은 자유주의를 지지하던 유럽의 많은 지식인들을 각성시켰습니다. 물론, 이 그림 하나가 그리스 독립을 가능하게 한 결정적 원인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리스의 독립을 지지하는 하나의 힘이 된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예술은 현실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예술이 현실을 바꾸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들라크루아의 그림이나 강요배의 그림은 단순히 기록화로서의 가치만 있지 않다고 여겨집니다. 잊지 말아야 할 역사의 한 장면을 생생하게 기록함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그것을 기억하게 하고, 궁극에는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이때의 예술은 유희로서의 소모가 아닌,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되돌아보게 하는 매개체가 됩니다. 예술의 위대함은 바로 이러한 역할에 있는 것이 아닐까요?
애도와 기억을 저지하고 망각을 끊임없이 강요하는 사회 안에서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과거를, 역사를, 그리고 그 안에 스러져간 수많은 이름 없는 생명들을.
그리고 현재를 돌아봐야 한다. 멈춰야 할 것을 멈추고, 외면했던 진실을 마주하고, 조금씩, 아주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현실을 경험하며 계속 나아가야 한다.
기억이 사라진다면 같은 일은 또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작품의 영향력은 위대하다.
그것을 발견하고, 느끼고, 기억하는 것은 감상하는 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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