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편의 연작 소설,
잠 못 드는 사람들
올라브의 꿈
해질 무렵
아슬레와 알리다의 이야기다.
소설을 다 읽고 그저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아슬레와 알리다가 사랑에 빠지는 순간의 묘사, 어리고 어린 그들이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모습들이 말이다. 어쩌면 판다지이거나, 어쩌면 잔혹 동화일지 모르지만, 두 연인의 사랑, 혹은 시대를 넘나들며 느끼는 사랑에서 숭고한 그 무언가가 느껴졌다.
p. 47 마치 그의 연주와 그녀의 동작이 밝고 파릇한 날과 함께 뒤섞이는 듯하고, 거대한 행복이 그의 연주를 성장하고 숨 쉬는 모든 것들과 하나 되게 만드는 듯하다 그는 알리다를 향한 그의 사랑이 흘러넘치고 흘러넘쳐 연주 속으로, 성장하고 숨 쉬는 모든 것들 속으로 흘러드는 것을 느낀다
끊을 수 없는 핏줄, 출신, 가족력, 벗어날 수 없는 가난에 어떤 우연이 더해져 그들의 운명은 결정되었고, 벗어날 수 없는 이 슬픔 안에서도 그들이 가볍게 떠오를 수 있는 것은 사랑이었다. 내 곁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사람, 사랑. 그들에겐 그것이 전부였다.
p. 49 연주자가 되는 게 비운으로 여겨진다 해도, 그래, 그런 게야, (....) 그 운명이 어디에서 오는가 하면, 나는 슬픔이라고, 무언가에 대한 슬픔이거나 아니면 그냥 슬픔이라고 답할 게다, 음악 속에서 그 슬픔은 가벼워질 수 있고 떠오를 수 있게 되는 거고 그 떠오름은 행복과 기쁨이 될 수 있어, 그래서 음악이 필요한 것이고, 그래서 나는 연주를 해야만 하는 거지,
아슬레에게는 그의 부모가, 알리다에게는 그녀의 아버지가 늘 그리운 존재였다. 두 사람은 그리운 이들에 대한 동경과 사랑을 서로에게 느끼지 않았을까? 아무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는 현실에서 서로는 아버지요, 어머니요, 연인이요, 자식이었던 것이다.
p. 52 늘 버려, 늘 포기해야 해, 늘 너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베풀어라, 즉, 결코 자기 자신만이 전부여서는 안 돼, 늘 다른 사람이 전부가 되도록 해라, 그리고 아버지 시그발은 나에겐 너희 엄마와 아슬레 너에 대한 사랑이 전부란다(....)라고 말했다.
p. 77 그리고 아슬레는 자신이 가야 할 길이 정해졌음을 느낀다, 중요한 건 내가 아냐, 크게 떠오르는 것, 그게 중요한 거야, 바이올린 연주가 내게 가르쳐 주었어, 그걸 아는 게 바로 연주자의 운명이야, 크게 떠오르는 것, 나에게 그것은 알리다야
p.133 알리다는 자기는 아슬레를 만나서 행복하다고 말하자 아슬레는 알리다를 만나서 자기가 행복하다고 말한다 우리 세 사람, 알리다가 말한다 당신과 나 그리고 아기 시그발, 아슬레가 말한다 우리 세 사람, 그래 그가 말한다
불행한 현실과 걱정으로 잠 못 들었던 그들은, 내 곁에 존재하는 단 한 사람을 위해 살기로 결심한다. 아슬레는 올라브로, 알리다는 오스타로 이름도 바꾸며, 아들 시그발과 함께 새로운 인생 속으로 항해해 갈거라는 꿈을 꾼다. 바이올린을 팔고 끊을 수 없었던 과거를 잊고자 한다. 하지만 비바람과 추위는 피할 수 없었고, 올라브의 꿈은 이룰 수 없었다. 아슬레는 교수형에 처해지고, 알리다는 그를 잃고 나이 많은 고향 남자를 만나 살 공간을 얻게 된다.
무수한 세월이 지나, 알리다의 딸 알레스는 황혼 무렵 자녀들과 떨어져 홀로 살고 있다. 그녀는 텅 빈 공간에서 엄마 알리다를, 바이올린 연주자가 되어 집을 떠난 이복오빠 시그발과, 그의 아빠였고 바이올린 연주자였다던 아슬레를 생각한다. 바다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는 엄마 알리다의 모습이 보인다. 그녀를 삼키는 바다의 거대함을 본다. 그녀는 엄마가 걸어갔던 그 길로 향한다. 엄마와 하나가 되어 떠오른다.
아슬레의 아버지에게는 아내와 아슬레가 전부였고, 아슬레에게는 알리다와 시그발이 전부였다. 아슬레는 아빠의 연주를 기억했고, 알리다에게는 아빠의 노래가 떠올랐다. 알레스는 알리다의 죽음을 기억했고, 그녀와 늘 함께했다. 그렇게 그들은 함께 있었다.
p. 185 올리브는 춥다고, 덥다고, 그리고 모든 것이 공허하다고 느낀다 그는 두 눈을 감고 그저 앞으로 걸으며 비명과 외침을 듣는다 더는 아무것도 없어, 지금 존재하는 것은 떠오르는 것뿐이야, 기쁨도 없고, 슬픔도 없어, 남은 것은 떠오르는 것뿐, 내가 떠오르고, 알리다가 떠올라, 하고 그는 생각한다 나는 아슬레야, 그가 외친다 (....) 그리고 아슬레는 그 자신이 그것이라 알고 있는 것, 하나의 떠오름이 되려고 노력한다, 그 떠오름은 알리다야, 그리고 난 그저 그 바람을 타고 싶어, 하고 아슬레는 생각한다
p. 259 모든 추위는 따스함이고, 보든 바다는 아슬레다, 그녀가 더 깊이 걸어가자 뒬리야에서 아슬레가 처음으로 춤판의 연주를 했던, 그들이 처음 만났던 그날 밤처럼 아슬레가 그녀를 감싼다 세상에는 오직 아슬레와 알리다 뿐이다 그리고 파도가 알리다를 넘어온다 그리고 알레스가 파도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녀는 계속해서 걷고, 깊이 더 깊이 들어간다 그러자 파도가 그녀의 잿빛 머리를 넘어온다
욘포세의 3부작은 가족이란 이름으로 하나가 된 사랑하는 이들을 떠오르게 한다. 가족이란 이름을 생각하면 눈시울이 붉어지고 코가 시큰거린다. 피할 수 없는 무언가를 나눈 가족은 슬픔이다. 사랑은 슬픔이다.
가진 것이 없었던 아슬레와 알리다가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서부터 위로,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부터 무언가 거대한 것으로 떠올라 함께 했던 것처럼, 사랑은 위대하고 거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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