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이브.

한 해의 마무리로 선택한 연극은 스테디셀러 뮤지컬 <빨래>다.

어쩌다 보니 대학로를 자주 가고 있지만, 크리스마스에 이보다 좋은 장소 찾기가 쉽진 않다.

 

 

 

붐비는 시간을 피해 일찌감치 도착한 인도커리 전문점, 니로사 레스토랑.

연말답게 날이 정말 추웠고, 오픈 시간 전에 도착한 우리는 미처 따뜻해지지 않은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시금치 커리에 고소하고 달콤한 두 가지의 난과 밥을 함께 먹으니 정말 맛있었다.

 

 

 

추위를 피해 한 카페로 들어갔다.

스며드는 따스함이 고마운 2층 창가에서 극장을 내려다보며 기대감에 부풀었다.

 

 

 

뮤지컬은 최고였다.

이층으로 꾸며진 무대, 강렬하게 시작한 음악과 노래, 배우들의 진심이 담긴 연기, 소외된 계층에 대한 메시지, 삶에 대한 연민 등 정말 감동적이었다. 1막이 끝나고 2차 관람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빨래> 뮤지컬 음원이 있어 다운로드하여 듣고 있다. 모든 곡들이 참 좋다. 

 

난 빨래를 하면서 얼룩 같은 어제를 지우고

먼지 같은 오늘을 털어내고

주름진 내일을 다려요

잘 다려진 내일을 걸치고 오늘을 살아요.

 

뮤지컬 <빨래> 중 빨래

 

 

 

 

 

해를 보내고 설 연휴 첫날,

이번에는 온 가족이 빨래를 관람했다. 

 

주연 남녀 배우만 바뀌고 대부분 같은 배우들이 연기를 했다.

모두 연기와 노래를 정말 잘한다. 다시 봐도 울컥하고 눈물이 났다.

아들도 딸도 각자의 생각과 느낌대로 재미있게 뮤지컬을 보았다.

 

 

 

대학로에서 자녀들과 함께 한 하루는 벅찼다.

가보고 싶었던 식당에서 밥을 먹고, 좋은 연극을 보고, 우리 부부가 늘 가던 카페에서는 특별히 케이크도 주문했다. 아들이 추천한 즉석 떡볶이도, 딸이 좋아하는 카페에서 과일이 넘치도록 담긴 빙수도 먹었다.

 

어둑한 대학로 거리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할 것 같다.

 

너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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